만져 봐서 진찰하는 절진 중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맥진이다. 인체 생리는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데 직접 그 움직임을 볼 수 있는 것이 옛날에는 없었다. 심장은 지구의 태양과 같이 중요하고 火에 속하는 장으로 움직임이 매우 활발하다. 다른 장의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신체의 각 부분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신경을 통해서 보고 받고 필요한 물질을 피에 실어 보내기 때문에 한의학에서 심장을 군왕에 비유했다. 한의학에서 심장이라 하면 혈액을 펌프하는 심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활동인 神(水중의 火)이 주체가 되는 군왕의 장을 말한다. 인체 각부의 상황은 신경계를 통해서 감지하고 그에 대한 반응이 심장의 맥박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것을 감지할 수 있는 곳이 손목 위의 요골동맥 부위이다. 이곳의 맥박을 유심히 관찰하면 심장의 동태를 알 수 있고 나아가서는 腦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진맥하는 것을 인터넷과 비교하면 터미널 모니터를 보는 것이 진맥하는 것이고 심장은 인터넷 중계 회사(internet server)에 있는 컴퓨터의 하드 디스크(hard drive)이고 심장의 동태는 각  터미널 컴퓨터에서 전송된 정보이다. 진맥을 하는 것은 인체 구석구석의 정보가 심장에 박동 형태로서 기록된 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을 하면 가만히 앉아서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정보를 훤히 들여다보듯이 맥을 잡고 있으면 인체 구석구석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러나 맥에서는 아날로그(analog) 신호가 들어온다. 아날로그(analog) 신호를 2진법에 의해서 디지털(digital) 신호로 바꾸어야 한다. 아날로그 신호를  신호로 바꾸려면 음양의 디지털 신호로 이루어진 역경을 거쳐야 한다. 역경이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Analog-Digital Converter)이다. 이렇게 얻은 디지털 신호는 컴퓨터로 처리해야 모니터의 화면으로 나온다. 심장의 박동 형태는 인터넷으로 들어오는 신호보다 훨씬 복잡해서 보통 컴퓨터로는 읽을 수가 없다.

아직까지 가장 우수한 컴퓨터인 두뇌를 써야 인체의 구석구석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인터넷은 불완전하다. 지구상의 실제 정보의 극히 일부분밖에는 알 수 없고 양자 역학적 차원에서 분석된 우주의 완전한 정보까지 따진다면 불확정성의 원리가 적용된다. 어차피 불가능하니 통계 처리할 수밖에 없다. 미루어 짐작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맥진에서는 오행이라는 디지털 부호를 쓴다.

 왼쪽은 해가 떠오르는 방향이라 왼쪽 손의 요골 동맥의 맥박은 水, 木, 火를 살피는데 적합하다. 오른쪽은 해가 지는 방향이라 오른 손의 요골 동맥의 맥박은 相火, 土, 金을 살피는데 적합하다.

그림A. (운기의 운행순서)  

                           그림 B. (맥의 순서)

 맥을 보는 위치의 순서는 그림 A 처럼 지구의 오행인 六氣의 순서를 따른다. 우주의 영향이 지구에 들어와 변형되는 것처럼 심장운동의 파동이 손으로 들어와서는 맥의 파동으로 변형되기 때문에 六氣의 법칙이 적용된다. 그림 A와 그림 B를 비교해 보면 右手에서 볼 수 있는 五行의 순서가 바뀌어 있다. 6氣의 운행은 좌로 올라가서 우로 내려오는데 혈액의 흐름은 左右手 동일하게 한쪽 방향으로 나온다. 그래서 6氣의 하강하는 방향을 상승하는 방향으로 바꾸면 그림B에서 보는 五行의 위치가 된다.

 　診은 腹診처럼 五行에 해당하는 부위를 눌러 봐서 그 감촉의 강약으로 五行 상호간의 세력 균형을 알 수 있다. 맥에는 음양으로 대립적인 3가지 요소가 있고 이들의 조합으로서, 주역의 八卦에 해당하는 8가지 맥의 양상을 만들 수 있다. 맥의 3요소에는 浮沈 遲數 强弱 이 있다.

　맥診은 腹診처럼 五行에 해당하는 부위를 눌러 봐서 그 감촉의 강약으로 五行 상호간의 세력 균형을 알 수 있다. 맥에는 음양으로 대립적인 3가지 요소가 있고 이들의 조합으로서, 주역의 八卦에 해당하는 8가지 맥의 양상을 만들 수 있다. 맥의 3요소에는 浮沈 遲數 强弱 이 있다.

 그림을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부침은 맥이 느껴지는 부위가 겉인가 속인가를 나타낸다. 부는 즉, 파형의 파고(amplitude)에 해당한다. 병이 표부, 팔다리 체간 머리의 경락부위에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심은 병이 리부, 체강내 장기에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遲數는 리듬(rhythm)을 말한다. 遲는 기능이 저하되어 차가워진 상태이고 數는 기능이 항진되어 열을 내는 상태이다. 强弱은 누르는 손가락에 닿는 감촉이 탄력이 있는가 없는가를 나타낸다. 强에는 혈관 내 속이 차고, 맥이 길고, 매끄러운 감촉도 포함된다. 弱에는 혈관 내 속이 비고, 맥이 짧고, 거친 감촉도 포함된다. 强은 에너지 공급이 충분한 상태, 弱은 에너지 공급이 부족한 상태이다. 臟은 陰이고 腑보다 단단하므로 沈의 상태에서 잘 나타나고, 腑는 陽이고 부드러우므로 沈의 상태에서 잘 나타난다.

 　맥의 6가지 부위에 浮沈, 遲數, 强弱을 살펴서 각 장부의 상태를 알아낼 수 있다. 맥을 처음 잡아 보면 서로 다른 맥간의 차이를 잘 모른다. 정상적인 맥과 병적인 맥의 차이도 모르겠고 정상적인 맥 중에서 木의 부위의 맥 상과 火의 부위의 맥 상의 차이도 잘 모르겠고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맥의 차이도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내가 처음에 미국에 와서 비슷한 키에 비슷한 나이의 백인 남자의 얼굴은 누가누군지 가리기가 매우 힘들었다. 졸업사진 앨범에서 아침에 만나서 인사한 사람의 얼굴을 찾으라면 거의 불가능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백인들을 보니 이제는 그 사람의 체질은 물론이고 관상을 볼 정도가 되었다. 개를 한번도 키워 본적이 없는 사람은 똑같은 종류의 개를 보면 서로를 구분하기가 힘든다. 그러나 여러 종류의 개를 오랬동안 키워 본 사람은똑같은 종류의 개들 중에서 자기 개를 찾을 수 있다. 만명의 맥은 잡아봐야 맥의 기본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陰맥과 陽맥만 구분되나 그후 많은 환자를 진단해보면 사상 맥이 구분이 가고 그후 더 많은 환자를 진단하면 八卦 맥이 구분이 가고 차차 64가지의 맥이 구분이 가고 끝없는 노력을 하면 五臟六腑의 움직임이 머릿속에서 동영상처럼 떠오를 것이다.